◀인지고고학
인지고고학은 물질적 잔존물을 통해 과거의 사고방식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대 고고학의 새로운 분야 중 하나이다. 인지 관련 정보는 옛 미술 및 고대 문헌 기록들이 학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문헌 자료가 없던 선사시기에 대해서 허위 역사를 지어내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규율이 없고 사변적인 접근방법이 한층 과학적인 방법을 주장하는 신고고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의 신고고학자들은 과거의 인지세계를 검증하는데 한계를 느꼈고 이런 회의적 태도와 초기 탈과정주의고고학자들이 때로는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에 대한 답변으로 초기 사회의 관념들과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하기 위한 명시적 절차들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옛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어떻게 기술하고 측량하려고 애썼는지를 조사할 수 있고, 인더스강 유역 문명에서 사용된 도량형 체계를 이해할 수가 있다. 또 우리는 옛사람들이 기념건축물과 도시들을 어떻게 설계하였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데, 가로의 평면 배치 자체가 설계의 여러 측면을 드러내며 어떤 경우에는 설계가 있었음을 가리키는 지도 이외의 특정 표지들(예컨대 모형)도 발견되었다. 우리는 옛사람들이 어떤 물질 재화들을 가장 귀하게 여겼으며 과연 그것들을 권위 혹은 권력의 상징물로 보았는지를 조사할 수 있다. 그리고 옛사람들이 초자연계를 인식한 방식과 그들이 배례 행위를 하면서 그러한 관념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도 조사할 수 있다. 오늘날 인간이라는 종과 그 밖의 생명 형태들을 가장 분명하게 구별 짓는 기준이 인간의 상징 사용 능력이라는 데는 일반적으로 의견이 일치된다. 모든 지적인 사고와 일관성 있는 말은 상징에 근거하고 있는데, 단어 자체가 상징이며 거기서는 음 또는 쓰인 글자가 현실 세계의 한 측면을 의미하고 대표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단어나 특정 부호가 어떤 주어진 대상을 대표한다고 일러주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있다. 예로써 성조기를 들어 보자. 우리는 곧 그것이 미국을 대표하는 국기라는 점을 인식한다. 알다시피 그 도안은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도안 자체 속에는 어느 나라를 대표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것은 다른 많은 상징과 마찬가지로 임의적이다. 게다가 어떤 상징에 부여된 의미는 특정한 문화 전통으로 한정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 우리에게 배처럼 보이는 스칸디나비아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실제로 배인지를 확신할 수가 없다. 추운 지방에서는 썰매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것을 새긴 사람들이라면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지면 같은 것을 기술하는 데도 다른 단어들을 사용한다. 즉 하나의 물체나 관념도 상징으로는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모두 날때부터 특정 상징에 대해 똑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도록 프로그램되었다면 고고학자의 과업은 훨씬 쉬워질 터이지만, 인간의 경험은 하나같이 다양성이 결여될 것이다. 어떤 상징이 해당 문화 내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물체의 상징적 형태만으로 추론하기란 대개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그 형태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 형태를 다른 상징들과의 맥락 속에 놓고 보아야만 한다. 그래서 인지고고학 연구는 어떤 발견이 지닌 특정한 정황들에 관해 상세하게 검토해야 한다. 즉 중요한 사항은 유물복합체로서 총체이지 개개로 분리된 물체가 아니다. 또 그림이나 유물들은 자신의 의미를 우리에게 직접 드러내지 않으며 더구나 문헌 증거가 없을 때는 틀림없이 그러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해석을 제시해야 하는 이는 바로 관찰자인 연구자 본인이라는 사실은 과학적 연구 방법의 기본 전제이다. 그리고 과학자는 몇 개의 선택적 해석들이 있을 수 있으며 또 필요하다면 그 해석을 명시적 평가 절차나 새로운 자료에 의한 검증을 통해 평가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는 과정주의고고학의 기본 신조 중 한 가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루이스 빈포드는 옛사람들이 과거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고찰하려는 시도는 쓸모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물질 기록으로 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발견하는 사물들이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사고 및 의도의 사물이라는 가정(이는 우리들의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자들도 부정 못할 것이다)과 그 점이 그것들의 연구에 문제점과 더불어 잠재력을 제공한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들은 간단히 말해서 철학자 칼 포퍼가 '제3세계' 라고 명명한 바에 속한다. 포퍼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가 사물, 즉 물리적 대상물의 세계를 제1세계라고 부른다면 (사고작용 같은) 주관적 경험의 세계는 제2세계가 될 것이고 언명들 자체의 세계는 제3세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제3세계를 기본적으로 인간 정신의 소산으로 간주한다." "이것들은 집이나 도구들과 같은 인간 활동의 산물들과 미술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은 그것들이 우리가 '언어 부르는 것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지견은 우리에게 유익한 방향은 제시해주지만 방법론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제1보로서 인간의 마음속 세계에 대한 관점이자 해석 틀인 인지 지도 -지리학자들이 논하는 심도와 비슷하지만 공간적 관계만을 나타낸다고 한정하는 바와는 다른 지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유용하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지각 인상들에만 관련지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관한 기존의 지식에 관련지어 그러한 인상들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 각자가 (마음속에) 이 개인적 인지 지도를 지니고 있고 그것이 과거 상태들을 기억으로 회상시키며 또 '심안'으로 미래에 이루어질 상태들을 상상하도록 해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같이 살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같은 언어로 일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흔히 같은 세계관 혹은 '심적 성향'을 공유한다. 우리는 이렇게 보는 한도 내에서 공통된 인지 지도를 가질 수 있는데 다만 개인들은 특수 이해 집단들이 서로 다르듯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과학철학자들이 때로 '방법론적 개별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인지 지도의 개념은, 우리가 어떤 집단이 공유한 인지 지도에 관한 지견을 얻는데 포퍼의 제3세계에 관련된 인공물 중 일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유용하다. 그로써 우리는 옛 인간집단들이 상징을 사용한 방식과 때로는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 관해서도 지견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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