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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고고야금학-주조

by 버미무이 2023. 5. 24.

 

 

주조

 

주조란 액체 상태의 재료를 형틀에 부어 넣어 굳혀 모양을 만드는 방법으로 여러 종류의 로(furnace) 안에서 고철, 선철, 합금철 또는 비철금속 원료를 가열해서 용해하고 적정 성분으로 조정된 쇳물을 모래 또는 금속재의 거푸집 속에 부어 넣은 후 냉각 응고시켜 만드는 것이다. 거푸집은 보통 상형과 하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부분은 모형이 제거된 뒤에 형틀에 넣어져서 핀과 얇은 원통에 의해 연결된다. 거푸집의 유형은 쉽게 알 수 있다. 위아래 양면에 주조 증거가 나타나면 합범 형태의 거푸집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좀 더 정교한 형태들을 만들어내는 데는 신대륙에서 고도로 숙련된 경지에 도달하였던 실랍법을 필요로 하였을 것이다. 이 독창적이고도 널리 확산된 기법은 밀랍으로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고운 점토로 둘러싸고 바깥으로 통하는 작은 도관을 남겨야 한다. 이 점토를 가열하여 녹은 밀랍을 그 통로로 부어내면 점토는 안이 빈 거푸집이 되어서 용해된 금속을 그 속에 부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부어 넣은 금속이 굳은 후 진흙을 깨어내면 원래 형태의 금속 모품이 남게 된다. 물론 이것은 '일회용' 주조법이다. 신대륙에서 구리가 아닌 금을 이런 식으로 주조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근소한 설명과 이해와는 별도로 고고학적 기록에서 이 기법을 탐지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가 있다. 그 증거로는 잔존 거푸집들 이외에 몇 개의 금속 유물에 아직도 붙어 있는 검은 진흙 틀 조각이 있다. 때로는 깨어지지 않은 원래의 거푸집이 있어 그것으로 해본 실험이 실랍법의 효율성을 보여준 바 있다. 금속 조직 현미경검사법에 의한 단면 검사와 전자선미소부분석법도 제작에 관한 한층 상세한 자료를 낼 수가 있다. 영국 야금학자 J. A. 찰스는 유럽 남동부에서 출토된 초기 구리 도끼 몇 점을 조사하였는데 납작한 표면이 위로 갈수록 산소 함유량이 많이 증가함을 발견하였다. 즉 표면 하부에서는 구리 산화물 함량이 0.15%였으나 상부에서는 0.4%였다. 이는 그 구리시대 도끼들을 위가 트인 거푸집, 즉 단범에서 주조하였음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증거였다. 그렇지만 단타와 소둔도 주조와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양면에 능이 진 단검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합범에서 주조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데, 왜냐하면 가열 단조를 해도 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방법에 관해 확신을 가지려면 금속 조직의 분석이 필요하다. 제작 방법의 상세한 증거는 제작공정의 부산물들을 검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으며 또 어떤 물체의 표면 흔적을 통해서 추론할 수가 있다. 작은 상의 끝부분에 붙은 넘친 금속 덩어리는 대개 장인이 제거하지만 이따금 부착된 채로 남아서 어떤 위치로 주조되었는지 (대개 머리를 아래로 해서 주조하지만)를 밝혀준다. 이와 비슷하게 끝마무리가 안 된 물건에서는 주조 솔기, 즉 '주조물 융기' -거푸집 두 쪽의 이음매 사이로 약간의 금속이 흘러나온 것-를 갈아내지 않은 경우가 있다. 콜롬비아 중부 낌바야 지방에서 출토된 한 향로는 인간 얼굴 형태로서 금이 많이 든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마와 턱 끝에서 세로줄 하나를 볼 수 있고 안이 빈 받침다리의 내면에도 융기된 솔기가 남아 있다. 거푸집은 유용한 정보를 많이 줄 수 있으며 흔히 돌로 만들었기 때문에 빈번하게 잔존한다. 실랍법을 쓴 후 깨어낸 점토 틀도 이따금 보존되어 있다. 콜롬비아 낌바야 지방에서는 뿌에블로 따빠도 유적의 연대를 모르는 한 무덤에서 두 개의 부서지지 않은 표본이 발견된 바 있다. 부서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사용되지 않았음이 분명하지만 둘 다 작은 장식물 주조에 쓰려고 만든 것이었다. 카렌 브룬스의 연구에 따르면 그 거푸집 자체는 눌린 플라스크 모양이며 아래에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어 금속을 부어 넣었을 때 공기가 빠져나가 기포 형성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슬래그(slag)에 대한 연구도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 구리 제련에서 나온 슬래그와 철 생산에서 생긴 슬래그를 구별하는 데는 흔히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또 황화물 광석의 지표인 황산을 함유하는지 시험해보는 작업도 마찬가지로 적절하다. 도가니 슬래그는 제련 슬래그보다 구리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분간될 수 있다. 또 토기 그릇 속의 찌꺼기에 대한 미량화학적 분석도 금속가공에 관한 증거를 낸다. 롤프 로틀랜더가 다뉴브 강 상류 호이 네부르크의 철기시대 성채에서 출토된 몇 점의 작은 토기들에 대해 분석한 결과, 하나는 구리합금을 녹이는 데 사용되었고 다른 하나는 금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다른 둘은 은의 흔적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기술에 대한 한층 충실한 이해는 제작소의 설비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덩이쇠, 슬래그 그리고 여타 부산물들, 이를테면 거푸집, 내면에 슬래그가 묻은 도가니 조각, 깨어진 송풍구, 주조 실패물, 금속 쪼가리 등이 전반적으로 모두 야금술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리 덩이쇠는 흔히 제련로의 바닥에서 고체가 되는데, 그래서 제련로 바닥의 형태를 드러내 준다. 서기전 500년으로 편년 되는 중국 섬서성 호우마의 한 청동기 주조 유적에서는 합범, 점토 형 그리고 속심 등이 30000점 넘게 출토된 바 있다. 중국인들은 아주 일찍부터 합범 생산 체계를 완전히 숙달하였는데 서기전 1500년경의 상왕조 때에 이미 그랬을 정도이다. 그 제작 원리는 대부분의 최상급 초기 청동기 제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실랍법이었다. 중국인들은 이 방식으로 비범한 공예술을 발휘한 많은 작품을 생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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