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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상대연대결정법(층서법, 뼈의 연대)

by 버미무이 2023. 4. 22.

 

많은 고고학 연구의 첫 단계이자 어떤 면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연구 대상을 계기 순서로 늘어놓는 것이다. 그것의 연구 대상은 어떤 층서 발굴의 고고학적 퇴적층일 수도 있고 형식학적 변천 순서에서처럼 유물일 수도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 또한 환경에서 지역별로나 지방별로 그리고 지구 전역에서 계기적 변화를 일으킬 수가 있는데, 가장 저명한 예는 빙하시대 동안에 일어난 범세계적 변동을 대변하는 계기 순서들이다. 이 모든 계기 순서들이 상대연대결정에 이용될 수가 있다.

층서법

층서학은 퇴적층이 위아래로 놓이거나 퇴적된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상대연대결정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원리는 아래에 놓인 층이 먼저 퇴적된 것이므로 위에 놓인 층보다 이르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연속된 층위들은 바닥의 가장 이른 것에서부터 맨 위의 가장 늦은 것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인 편년 순서를 제공하게 된다. 어떤 고고학 유적을 층서적으로 잘 발굴하려는 것은 그 목적이 그러한 순서를 얻는 데 있다. 이 작업 중 일부는 층들이 원래 퇴적된 이래로 어떤 인위적 교란이나 자연적 교란이라도 있었는지의 여부를 탐지해내는 일이다. 예컨대 어떤 유적의 후대 점유자들이 쓰레기 구덩이로 쓰려고 앞 시기의 층들을 파 내려간 행위, 굴 파는 동물들의 활동, 홍수가 층들을 씻어 내려가 다른 곳에 2차 정황으로 재퇴적시키는 일 등을 들 수 있다. 고고학자는 면밀하게 관찰된 층서 정보로 무장해야만 비로소 여러 층위의 퇴적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상대 편년 순서를 구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주로 연대를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은 층위나 퇴적층 자체라기보다는 당연히 그 층 속에 든 유물, 유구, 유기질 잔존물과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들이며 이것들은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궁극적으로 그 유적에서 벌어진 과거 인간의 활동을 밝혀준다. 여기서는 공반 개념이 중요하다. 만약 두 개의 물건이 동일한 고고학적 퇴적층 속에서 공반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면 이는 대개 그것들이 동시에 묻혔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퇴적층이 다른 퇴적층으로부터의 층위 간 혼입이 없는 밀폐된 층이라면 그 공반된 물건들은 퇴적층 자체보다 늦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런 밀폐된 퇴적층들의 계기 순서는 각 층 속에 공반되어 있는 물권들이 묻힌 때의 계기 순서 그리고 상대편년을 제공하게 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인데, 만약 나중에 그 물건 중 하나에 대해 절대연대가 부여될 수 있다면, 이를테면 연구소에서 방사성탄소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숯(목탄) 조각인 경우에 그 절대연대를 숯뿐만 아니라 그에 공반된 다른 물건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여러 퇴적층으로부터 나온 일련의 그런 연대들은 전체 계기 순서에 대한 절대 편년을 제공할 것이다. 바로 이처럼 층위 순서들을 절대연대결정법과 상호 연계 짓는 것이야말로 고고학 유적과 그 내용물을 연대측정 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서 유념해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위에서 우리는 퇴적층과 그에 공반된 내용물이 묻힌 때의 상대연대를 그리고 운이 좋으면 그 절대연대를 측정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관찰한 바와 같이 최종적으로 복원하고 연대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은 그 퇴적층과 자료들이 대표하는 과거 인간의 활동과 행위이다. 만약 그 퇴적층이 토기가 든 쓰레기 구덩이라면 퇴적층 그 자체는 인간 활동의 한 예로서 관심 대상이 되고 그 연대는 인간이 구덩이를 사용한 연대가 된다. 이는 또한 토기가 최종적으로 묻힌 연대가 될 터이나 그 토기를 인간이 사용한 연대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 토기가 수십 년이나 수백 년 동안 유통되다가 버려져서 다른 퇴적층 속에 묻혔던 것이 다른 쓰레기와 더불어 파내어져 그 구명이 속에 무심코 던져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연대측정하기를 원하는 인간 활동이나 전후 사정 속에서 신빙성 있게 연대측정할 수 있는 인간 활동이 어떤 것인지를 언제나 명확히 해야 한다.

 

뼈의 연대

퇴적층 속의 동일한 층위에서 공반되어 발견된 몇 점의 뼈가 실제로 같은 상대연대를 가진 것인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데 유용한 한 가지 방법은 질소, 불소 그리고 우라늄 성분을 조사하는 화학연대측정법이다. 뼈의 단백질 성분은 퇴적층 속에서 화학적 부패작용에 의해 아주 서서히 줄어든다. 뼛속에 잔존한 단백질의 양을 나타내는 가장 유효한 지표는 뼈의 질소 성분인데, 현대의 뼈에서는 대략 4%이다. 질소의 함유 수준이 감소해가는 비율은 뼈가 묻힌 환경의 온도, , 화학성분 그리고 세균학적 성분에 따라 다르다. 그와 동시에 삼투 지하수가 뼈의 구성성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하수 용액 속에 존재하는 두 가지 원소, 즉 불소와 우라늄은 뼛속으로 서서히 흡수된다. 그리하여 묻힌 뼛속의 불소와 우라늄 성분은 점차 증가하며 그 양을 실험실에서 측정할 수가 있다. 이 불소와 우라늄의 증가율은 질소의 감소율과 마찬가지로 뼈 근처의 국부 요인들에 크게 좌우된다. 그와 같이 이 모든 변화율은 가변성이 너무 커서 절대연대측정법의 토대가 될 수는 없으며, 또한 유적에서 그런 식으로 도출된 상대연대들을 다른 유적의 상대연대와 비교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개개 유적의 경우에는 이 화학적 연대측정법이 겉으로 보기에 같은 층위에서 공반된 상태로 발견된 다른 시대의 뼈들을 분간해낼 수가 있다. 이 방법을 적용한 가장 유명한 예로는 필트다운 위조품 적발이다. 1900년대 초에 영국 남부 서섹스의 전기 구석기시대 자갈돌 채취 구덩이에서 인간의 두개골과 유인원을 닮은 턱뼈, 그리고 이빨이 약간 발견되었다. 이 발견으로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필트다운 사람(에오안트로푸스 도소니)이라 명명된 이 인류화석은 1953년 완전한 조작임이 드러날 때까지 교과서들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영박물관(자연사부)에서 불소, 우라늄, 질소연대측정을 한 결과 두개골은 인간의 두개골이 맞으나 비교적 최근의 것(나중에 측정된 바로는 620년쯤 된 것)이고 턱뼈는 오랑우탄 것으로 현대의 조작임이 밝혀졌다. 두개골과 턱뼈 모두 안료(중크롬산 칼륨) 처리해서 오래되고 한 짝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그것을 발견한 찰스 도슨이 이 모든 것을 조작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