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세계적 규모로 상대연대결정을 하는데 유용한 것은 지구의 기후변화이다.
플라이스토세의 편년
아득한 과거에 있었던 대빙하시대(플라이스토세)라는 개념은 19세기 이래로 계속 우리와 함께 하였다. 전 세계의 기온이 떨어짐에 따라 빙원 또는 빙하가 확장되어 지구 표면의 많은 부분을 뒤덮었고 전 세계 해수면의 높이를 떨어뜨렸다. 초기의 지질학자와 고기후학자들은 지질학적 퇴적층 속에 남은 뚜렷한 흔적들을 연구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빙하시대가 오랜 기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춥지는 않았음을 알아냈다. 그 대신에 빙하시대는 그들이 빙기라고 인식한 네 차례의 주요한 빙하 발달기를 겪었다. 이러한 추운 시기들 사이의 따뜻한 기간을 간빙기라 한다. 절대연대측정법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고고학자들은 긴 구석기시대를 연대측정할 때 이러한 빙하의 계기 순서에 고고학 유적들을 연계하는 방식에 거의 의존하였다. 그렇지만 이제 과학자들은 빙하시대의 기후변동이 처음에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약 170만 년 전에 플라이스토세가 시작되면서부터 약 78만 년 전에 이르기까지 사이사이에 따뜻한 시기들을 개재하면서 대략 10차례의 추운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8, 9차례의 추운 시기가 78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중기 플라이스토세와 후기 플라이스토세를 특징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고고학자들은 구석기시대를 연대측정하는 근거로 복잡한 빙하의 발달 및 쇠퇴 현상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심해저 천공 자료, 빙하 천공 자료, 그리고 화분을 포함한 침적물에 나타나는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의 기후변동은 연대측정을 하는데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심해저 천공 자료와 빙하 천공 자료
심해저 천공 자료는 유공충이라는 미세 해양유기체의 각질을 담고 있는데, 이것들은 천천히 연속적으로 진행된 침전 현상을 거쳐 대양 바닥에 퇴적된 것이다. 이 각질의 탄산칼슘 속에 든 두 가지 산소동위원소의 비율이 보이는 변이는 그 유기체가 살아 있을 때의 해수 온도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이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범지구적 규모의 기후 변동을 반영하면서 23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정확한 기온 계기 순서를 갖게 되었다. 여기서 심해저 천공 자료 속의 추운 기간은 빙하가 발달한 빙기를, 천공 자료 속의 따뜻한 기간은 빙하가 쇠퇴한 간빙기 또는 빙간기를 가리킨다. 심해저 천공 자료의 산소동위원소 기록은 플라이스토세의 상대편년을 위한 하나의 틀인 셈이다. 이 편년은 과거 환경변화에 관한 기록을 복원하는 데 더없이 귀중하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우라늄 계열원소연대측정법이 또한 유공충 각질용 되어서 이 계기 순서에 대한 절대연대를 제공할 수 있다.
빙하 천공 자료는 남극과 북극의 극지 빙하에서 뽑아 올린 것으로 심해저 천공 자료와 마찬가지로 그간의 연구를 통해서 기후 변동을 밝혀주는 인상적인 계기 순서를 내놓았다. 천공 자료들은 다시금 옛 환경을 복원하는 데 가장 유용하지만, 연대측정에도 적의성을 지니고 있기에 여기서 언급한다. 압착된 얼음층들이 지난 2~3천년간 매년 단위로 셀 수 있는 퇴적층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 시기의 기후 순차 현상에 대해 절대연대를 제공한다. 에서 보는 것처럼, 이는 몇몇 학자들이 믿고 있듯이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에 심각한 타격을 준 테라 화산폭발의 연대를 교차확인이라는 한 가지 수단으로 유용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렇지만 그보다 이른 시기-더 깊은 층-에서는 연층을 더 이상 인지해낼 수가 없어서 그에 대한 빙하 천공 자료의 연대측정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한편 남극 지방 보스토크 지점의 천공은 약 2200미터 깊이까지 도달하여 16만 년의 기간에 걸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북반구 그린란드의 두 지점 Grip과 Grip 2에 대한 천공 자료의 연대를 넘어선다. 그리고 이는 심해저 천공 자료 연구에서 도출된 기후 진동과 양호한 상호 대비가 이루어진 바 있다.
화분 연대측정
꽃을 피우는 모든 식물은 화분이라 불리는 거의 파괴되지 않는 알갱이를 만들어내며 그것은 토탄 늪이나 호수 침전물 속에 보존되기 때문에 화분 전문가들은 과거 식생과 기후의 상세한 계기 순서를 복원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간 상대연대측정의 한 방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가장 유명한 화분 계기 순서는 북유럽의 홀로세(후빙기)에 대해 밝혀진 것들로 거기서는 이른바 화분대의 정밀한 순차 현상이 지난 1만년간을 포괄하고 있다. 어떤 유적에서 나온 화분 표본을 조사하면 더 넓은 지역에 걸친 화분대 계기 순서 속에 그 유적을 쉽게 맞추어 넣을 수가 있고, 그로써 상대연대가 부여될 수 있다. 그렇지만 화분대란 것이 넓은 지역에 걸쳐 균일하지는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영국 남부 서머세트 평원과 같은 어떤 국지 지역에서는 지역 화분대의 계기 순서를 구축할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고 나서 이웃 유적과 발견물들을 그에 연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계기 순서의 전부나 일부에 대해 나이테 연대나 방사성탄소측정연대를 얻을 수 있으면 그 지역에 대한 절대편년의 지표들을 가진 셈이 된다. 화분 알갱이는 내구성 덕분에 동아프리카 유적의 경우 3백만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환경 증거를 산출할 수가 있다. 또 북유럽 같은 지역에서는 여러 간빙기가 각기 특징적인 화분 계기 순서를 갖고 있음도 밝혀졌는데, 이는 그 지역 내 어떤 유적의 화분 증거를 때로는 특정 간빙기에 맞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적용할 수 없는 그처럼 이른 시기에 대해서 유용한 연대측정 기준이 된다.
동물상 연대측정
플라이스토세에 대해서는 또 한 가지 상대연대결정법이 있다. 그것은 오래전에 확립된 동물상 연대측정법으로서 지난 수백만 년 동안에 많은 포유동물 종들에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고 옛 형태가 사라지는 식으로 크게 진화가 일어난 사실에 근거를 둔다. 예컨대 돼지에서 일어난 변화가 도표화되어 대략의 계기 순서가 작성되어 있다. 만약 두 개의 유적에서 발견된 돼지 종들의 계기 순서가 유사하다면 이론상으로는 두 유적에 동일한 상대연대가 부여될 수 있다. 다만 실제로는 이 방법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아주 정밀하지는 못한데, 이를테면 한 지역에서 멸종한 종이 다른 지역에서는 더 오래 잔존하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상 편년이 정밀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플라이스토세에 유용한 연대측정방법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데, 이는 플라이스토세에 대해서는 연대 정밀도가 심지어 1백만년의 1/4 정도 안에만 들더라도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물상 연대측정법은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초기 인류 유적들을 상호 관련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영국 복스그로브에서는 최근 발견된 인간의 경골 및 이빨이 공반 포유동물상을 통해 약 50만년 전의 것이며, 그래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 화석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동물상 연대측정은 상대연대결정법에 커다란 유용성을 갖고 있음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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